골프는 훌륭한 스포츠다. 골프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탁 트인 초장 위로 신선한 공기를 들이 마시며 적절한 긴장감 속에 신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기에 이 보다 더 좋은 운동을 찾기 힘들다. 동료 혹은 친지, 동호회원들과 더불어 여유를 갖고 적당한 유머, 가벼운 대화 등을 주고받으며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중장년층 나아가 노년층에게까지 골프는 정말 좋은 스포츠다.

그러나 골프의 단점은, 특히 우리나라에 있어, 이 스포츠를 즐기기에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요즘은 적당한 비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퍼블릭 코스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기고 있지만 대다수 골퍼들에게 여전히 수도권의 골프장을 자유롭게 드나들기엔 부담스럽다.

스페인어로 ‘작은 베니스’(Little Venice)란 뜻을 지니고 있는 남미의 아름다운 나라 ‘베네수웰라’(Venezuela)는 1910년대 후반에 발견된 풍부한 석유자원 때문에 자국민에게 판매되는 석유 값이 소위 껌 값보다 싸다. 베네수웰라의 화폐단위는 대(大)콜롬비아 공화국을 주도했던 남미 독립의 아버지 "S. 볼리바르"(Simon Bolivar)의 이름을 따 ‘볼리바르’라 한다. 문제는 독재자 ‘차베스’ 대통령이 빈민층(貧民層)을 지지기반으로 삼다 보니 자국민들에게 석유를 지나치게 싼 값으로 제공하는데서 기인한다. 소형자동차의 저유 탱크를 필-업(Fill-up)하는데 약 40리터의 휘발유가 필요하다고 할 때 그네들 돈으로 약 4볼리바르(우리 돈으로 대략 1000원 미만) 정도가 소요된다.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소위 30원도 안 된다는 얘기다. 이래서 휘발유 가격이 껌 값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가 나온다.

‘로라이마 산’(Rolaima Tepus) 같은,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한 나라 베네수웰라는, 그러나 불행히도 지나치게 싼 석유 값 때문에 국민들이 소위 개나 걸이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 극빈층조차 휘발유 값이 지나치게 저렴하다 보니 가구당 대략 차 한 두 대씩을 소유한다. 그러니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도심지 도로는 시도 때도 없이 주차장을 방불케 함으로써 사람들의 인내를 시험한다. 일종의 "저비용의 역설"(Paradox of Low cost)이다.

각설, 주제가 엉뚱한 곳으로 흘렀는데 갑작스레 베네수웰라의 석유 값 이야기를 꺼내 든 것은 우리나라의 골프장 출입료가 베네수웰라의 껌 값보다 못한 휘발유 가격 정도로 싸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는 망상에서 그리 한 것이다. 어쨌든, 우리나라도 소득 수준 향상에 발맞춰 전국 각지에 퍼블릭 골프장이 속속 생겨나면서 골프 비용이 점차 저렴해져 가는 사실은 골퍼들에겐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이 골프 실력 향상을 위해 검도만큼 좋은 무도를 찾기 힘들다. 물론 많은 무도 혹은 스포츠가 그렇겠지만 검도는 단 한 순간의 실수도 허용치 않는, 한 순간에 목숨이 오가는 찰나의 무술이기 때문에 더욱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이 점, 티샷 또는 임팩트 순간에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골프의 보조 운동으로 검도가 제 격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어떤 아마추어 골퍼의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사람이 10 년 가까이 골프를 즐겼음에도 싱글 수준에 오르지 못하자 골프채를 꺾었다 한다. 좌절감에 젖어 한 동안 골프를 접고 일상의 생활에 매몰돼 있던 중 우연한 계기로 검도에 입문하게 되었다. 검도에 매료돼 약 2년 정도 수련 끝에 초단의 면허를 받았다. 그러다 다시 골프채를 잡게 되었는데 검도 수련 시 배가된 집중력 덕분에 오래지 않아 싱글의 경지에 이르렀다 한다.

검도가 골프에 왜 좋은가?

우선, 검도 정련을 통해 획득되는 고도의 집중력이 드라이버나 아이언의 스윙 시 커다란 도움이 된다.

둘째, 골프는 운동역학적으로 매우 비대칭적 운동이다. 정지된 자세에서 일방향으로(오른손잡이의 경우 우에서 좌로)의 스윙을 반복하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요추에 무리한 영향을 준다. 즉 편방향으로 틀어진 요추 혹은 척추의 만곡증이 수반된다. 이를 방치한 채 지속적으로 임팩트를 하다 보면 급기야 추간판 등이 이탈하여 병원 신세를 지게 되는 친구 또는 선배들을 종종 목도했다. 따라서 골퍼들에겐 반대방향으로의 꾸준한 허리운동 및 전후방으로 움직이는 보조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밀어걷기, 이어걷기, 벌려짚기 등의 스텝으로 전후좌우로 죽도를 격자하며 움직이는 검도는 참으로 권장할 만한 운동이다.

셋째, 지속적으로 필드에 나가는 프로골퍼가 아닌 이상 골프란 운동이 주로 인도어, 실내연습장 등에서 행해지는 지극히 정지된 상태에서의 비대칭적 운동이다. 반면, 검도는 어떠한가? 같은 실내에서 하는 운동임에도 검도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죽도로 격자하기에 자연스레 많은 양의 칼로리를 소비한다. 그러니 짧은 시간에 에너지를 소비하며 근력과 순발력을 강화시켜 주는 검도야말로 골퍼들에게 부족한 2%를 채워주는 청량제 역할을 할 것이다.

넷째, 골프나 검도 공히 도구를 손에 쥐고 하는 운동이다. 도구를 사용하는 검도는 골퍼들에게 두 가지 면에서 커다란 잇점을 제공한다.

먼저, 검도는 움직이는 상대의 특정부위(머리, 손목, 후두, 허리)를 격자하는 무도다. 그러다 보니 굉장한 순발력과 집중력이 양성돼 정지된 물체(공)를 타격하는 골퍼들에게 매우 좋다.

다음, 검도는 죽도 또는 이보다 더 무게가 나가는 진검으로 끊임없이 수련을 거듭한다. 이러다 보니 하완근, 하박근, 상완이두박근, 승모근, 하퇴근, 대퇴근(사두근) 등이 자연스럽게 발달한다. 이는 골퍼의 안정된 임팩트와 장타력 향상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들이다. 검도는 이들 근육의 강화를 가능케 한다. <끝>
이상원님 글 중